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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 그림이야기, 문빅토르 작 ‘한편의 희곡을 쓴 세명의 작가’

작성자 관리자 (sctm01)
광주 고려인마을 그림이야기, 문빅토르 작 ‘한편의 희곡을 쓴 세명의 작가’ 이미지
광주 고려인마을 그림이야기, 문빅토르 작 ‘한편의 희곡을 쓴 세명의 작가’
-문빅토르와 광주 고려인마을, 예술로 이어진 역사

한 화면 안에 세 개의 시선이 있다. 서로 다른 언어와 호흡을 지닌 작가들이 하나의 작품을 향해 나아간다.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한 발 물러서며, 각자의 세계를 건넌다.

광주 고려인마을이 최근 공개한 〈한편의 희곡을 쓴 세명의 작가〉(2025, 캔버스 유화 55×90cm)는 바로 그 과정 자체를 예술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55×90cm의 캔버스는 작은 무대처럼 팽팽한 긴장을 품고 있다. 붓의 흔적들은 대사 없이도 충돌과 합의를 말한다. 이 작품은 흔히 기대하는 ‘협업의 미담’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작품관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순간들을 숨기지 않는다. 서로의 부족함을 직면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보완하는 지난한 길 위에서, 작가들은 결국 ‘희곡’이라는 이름의, 세상에 없던 결과물에 도달한다.


큐레이터 시선으로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완성된 이미지가 아니다. 시간과 갈등, 선택과 합의의 축적된 과정이 곧 서사이며, 그 과정이 한 편의 희곡처럼 편집돼 캔버스 위에 남아 있다.

이 작품을 공개한 광주 고려인마을은 동시에 더 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을 기리는 미술관 건립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서 건축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에 가깝다. 고려인의 고난과 항일정신, 그리고 예술의 영혼을 오늘의 언어로 전하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을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고려인마을은 지난해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 경매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공간에는 문 화백의 연보와 미술관 건립 취지, 그리고 그가 평생 구축해 온 예술 세계가 차분히 정리돼 있다.

특히 70여 점에 이르는 작품 가운데 대표작 5점이 선정돼 제작 연도와 크기, 특징은 물론 작품에 얽힌 기사와 해설까지 함께 소개된다. 관람을 넘어 이해와 공감을 요청하는 큐레이션이다.

경매에 참여하는 순간, 소유의 의미는 달라진다. 단순히 그림 한 점을 얻는 것이 아니라, 한 민족의 기억과 시간을 함께 품는 자리에 들어서는 일이다.

문 화백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에 머물지 않는다. 1937년 강제이주, 전쟁과 유랑, 낯선 땅에서의 생존, 그리고 끝내 꺾이지 않은 민족정신이 붓끝에서 인물과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경매 페이지에 실린 설명들은 미술 해설을 넘어, 예술로 읽는 역사 교과서에 가깝다.

1951년, 고려인 강제이주의 첫 도착지였던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태어난 문 화백은 알마티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립고려극장과 풍자잡지의 주임미술가로 활동했으며, 그의 개인전은 국경을 넘어 이어졌다. 작품은 대통령궁과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미주·유럽·아시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1937 고려인 강제이주열차’, ‘우수리스크 나의 할아버지’, ‘홍범도 장군’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한 세기의 비극과 존엄이 호출된다.

이제 광주 고려인마을은 전설적인 예술가의 남은 생과 예술을 함께 품는 공동체가 됐다. 마을이 마음을 모아 지원한 한 번의 수술, 한 번의 초청, 한 번의 결심이 겹쳐지며, 예술은 역사가 되고 공동체는 미술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편의 희곡을 쓴 세명의 작가〉는 그 변화의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 중인 서사다. 무대는 이미 열렸다. 관객의 참여는 기억으로 이어지고, 기억은 다시 공동체의 역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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