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마을 청년들이 생계의 돌파구를 찾아 전남 해남의 양상치 농장으로 향한 가운데, 이들이 땀 흘려 일한 농장에서 보내 온 뜻밖의 선물이 마을 전체에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23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경기 침체와 산업단지 채용 감소로 구직난에 처했던 청년들을 위해 마을 측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일손 부족을 호소하며 해남의 한 농장주가 도움을 요청하자, 고려인마을은 SNS와 지상파 라디오 GBS고려방송(FM 93.5MHz)을 통해 긴급 구인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에 20여 명의 청년들이 응답했고, 이 중 체력과 근무 의지를 갖춘 13명이 곧바로 해남 농장으로 향했다. 청년들은 숙식이 제공되는 농장에서 이른 새벽부터 양상치를 수확하고 선별하는 작업에 투입돼 구슬땀을 흘렸다.
낯선 농촌의 일상이었지만, 스스로 땀 흘려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은 누구보다 컸다. 그로부터 한달 뒤, 해남 농장에서는 트럭 한가득 양상치가 고려인마을로 배달됐다.
농장주는 “청년들이 너무 열심히 일해 줘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양상치는 그 수고에 대한 고마움이다.” 라는 짧은 한마디로 마음을 전했다.
고려인마을은 이 양상치를 정성스럽게 선별해 마을 어르신들과 취약계층 가정 곳곳에 골고루 나눴다. 배달에 나선 고려인 봉사자들이 “이건 우리 마을 청년들이 직접 수확한 양상치”라고 전하자, 채소를 받아 든 주민들의 얼굴엔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
아울러, 이번에 전달된 양상치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었다. 청년들의 땀방울, 농장주의 감사, 마을의 따뜻한 연대가 담긴 ‘푸른 선물’이었다.
특히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걱정하던 젊은이들이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그 결실을 다시 공동체와 나눈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이번 사례에 대해 “힘든 시기에 누군가의 수고가 또 다른 이의 식탁을 채운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며 “앞으로도 마을은 청년들과 지역사회를 잇는 따뜻한 다리가 되겠다.” 고 말했다.
해남 들판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땀방울이 광주 고려인마을에 초록빛 희망으로 전해졌고, 그 속엔 단지 양상치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되어 듣는이의 마음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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